본문 바로가기

기관언론보도

  • <조선일보> 보도자료 - 친족 간 범죄급증
  • 등록일  :  2011.10.20 조회수  :  392,589 첨부파일  : 
  • "




                            친족 간 범죄 급증

                                  가정 풍비박산? 아이들 큰 상처... 정부 지원도 못받아



    “그 일이 있은 뒤로는 화장실 갈 때도 꼭 동생들 손을 잡고 가요. 처음에는 아빠를 죽인 엄마가 미웠는데 요즘엔 매일 보고 싶어 혼자 울어요.”


    지영(17·가명)이는 지난달 아빠를 잃었다. 엄마는 구치소에 수감됐다. 사업 실패로 사채에 시달리던 엄마는 아빠 이름으로 보험 6개에 가입한 뒤 내연남을 시켜 아빠를 살해했다. 비정한 엄마는 11억원을 탄 뒤 세 딸과 함께 뉴질랜드로 이민 가려고 계획했지만 범행이 들통나 수감됐다. 남은 것은 8억원에 이르는 빚과 어린 딸들뿐이다.


    친척들은 엄마를 원망하며 등을 돌렸고 경기 시흥에 사는 외할머니가 속죄하는 마음으로 감옥 간 딸을 대신해 외손녀들을 거두고 있다. 하지만 빚쟁이들이 며칠 전 아이들이 다니던 학교는 물론 외할머니 집까지 들이닥쳤다. 외할머니 집도 경매로 넘어갔다. 지영이는 외할머니? 어린 동생들과 함께 도망치듯 집을 나왔지만? 엄마가 겨울옷을 미리 뉴질랜드로 보내 당장 입을 옷도 없다. 


    아이들은 아빠를 죽인 엄마지만 외할머니와 함께 구치소에 두 번 면회를 갔다. 엄마는 처음엔 면회를 거절했다. 하지만 두 번째 면회에서 엄마와 아이들은 아무 말도 못하고 펑펑 울었다.


    살인·성폭행·방화 등 친족(親族) 사이의 범죄가 증가하면서 덩달아 풍비박산(風飛雹散) 나는 가정도 늘고 있다. ?<그래픽 참조>? 특히 아이들이 상처받고 있지만? 친족 간 범죄는 친척들이 외면하고 정부 지원마저 받을 수 없어 사각지대(死角地帶)에 놓여 있다.


    범죄 피해자와 유족을 돕는 범죄피해자보호법 제19조 1항은 ‘범행 당시 피해자와 가해자가 친족 관계인 경우 구조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구조금을 지급하면 친족 간 범죄를 오히려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친족 간 범죄의 피해 가족들은 경제적 어려움에 정신적 고통까지 당하는 경우가 많다.
    경북 상주의 이모 집에 사는 슬기(10·가명)네도 마찬가지다. 슬기는 지난 6월 시끄러워 잠에서 깼다가 엄마가 아빠를 칼로 찔러 살해하는 장면을 그대로 목격했다. 시아버지를 모시는 문제로 다투다 우발적으로 벌어진 일이었다. 슬기는 이 일로 정신 질환 증세를 보여 약물치료까지 받았다. 처음엔 학교 상담교사가 슬기와 6세 동생을 돌봤지만? 지금은 이모 집에 살고 있다. 하지만 이모네도 아이가 셋이라 뒷바라지하기 벅차다.


    주부 김모씨도 지난 1월 아들이 20년 넘게 알코올 중독에 빠진 남편을 숨지게 한 충격 때문에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다. 아들 손모(27·휴학생)씨는 아버지가 어머니를 무시하고 때린다며 안방에서 소주병을 깨 아버지를 찔렀다. 김씨는 자신 때문에 벌어진 존속살해의 비극에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고? 사건이 벌어진 현장인 서울 동작구 집 안방에는 아직도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전국범죄피해자지원연합회 이용우(62) 회장은 “생계를 책임지던 가장(家長)이 타인에게 살해된 경우 유족들은 최대 5400만원까지 정부 구조금을 받을 수 있지만? 가까운 친족에게 살해된 경우엔 한 푼도 못 받게 돼 있다”며 “친족 간 범죄가 이제 사회 문제로 커진 만큼 관련 법 조항을 개정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종석 기자 comm@chosun.com







    "